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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수습한 자
고병국 2017-04-13 추천 0 댓글 0 조회 547

 사람이 살아가는데 감동을 주고 울림이 있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사람 이야기이다. 그러나 때로 예외가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 죽은 형을 묻어주는 강아지라는 유튜브를 보았다. 개 한 마리가 죽어 웅덩이에 반쯤 흙에 묻혀 있고, 다른 강아지 한 마리가 주둥이를 이용해 주변의 흙을 죽은 개에게 묻어주는 동영상이다. 그 동영상을 보는 순간아니 동물에게도 저런 행동을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감동을 주고 훈훈한 마음을 오래 동안 간직하게 하는 것은 사람 이야기이다.

 

 최근에 김시습평전을 읽었다. 그는 신동이란 이름이 불릴 만큼 천재시인이라고 평한다. 감동을 준 대목은 사육신이야기였다. 김시습이 활동한 시대는 조선조 초기이다.문종,단종,세조시대이다.주지하다시피 문종이 죽자 단종이 어린나이에 즉위한다. 수양대군이던 세조가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다. 이때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1456(세조2) 성삼문,박팽년,이 개,하위지,유성원,유응부 여섯 신하가 사형을 당한다. 이들을 사육신이라고 부른다. 그중 성삼문이 수레에 실려 형장으로 끌려갈 때 읊었던절명시는 유명하다.“울리는 저 북소리 목숨을 재촉하네 / 머리를 돌이키니 해가 저무누나 / 황천에는 객점 하나 없다는데 / 오늘밤은 뉘 집에서 자고 갈까”(김시습평전인용).이들 여섯 신하들은 시신이 되어 저잣거리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도 그들의 시신을 수습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때 연려실기술에 따르면 김시습이 박팽년,유응부,성삼문,성승 등 다섯 시신을 수습하여 노량진에 묻고 작은 묘표를 대신했다고 한다. 이 대목의 글을 읽다가 김시습의 용기와 사람됨을 보게 되었다.

 

 복음서에도 김시습과 같은 감동을 주는 사람이야기가 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예수의 제자이나 유대인이 두려워 그것을 숨기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19:38).우리는 지금 아리마대 요셉이야기를 쉽게 읽지만 그 당시에는 쉽지 않은 행동이다.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고, 유대인을 두려워하는 요셉으로서 빌라도를 찾아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예수의 시신을 달라고 요구해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만약 나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쉽게 대답을 못할 것 같다. 그러면서 만약이지만, 예수님의 시신이 누구하나 수습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예수를 지근거리에서 따라 다니던 제자 베드로조차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는 지경이니, 다른 사람들은 말을 하면 무엇 하랴. 예수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을 앞두고 다시금 아리마대 요셉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김시습과 아리마대 요셉이 오버 랩이 되었다. 둘 다 역사에 남을 만한 진한 감동을 주었다. 죽은 자의 시신을 수습을 한 점, 특히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그런 용기와 담대함이 있었는지. 이들의 이야기는 수 백 년, 수 천 년이 흘러도 훈훈하고 따뜻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람은 한번 산다고 한다. 맞다. 한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어떻게 살아갔으면 좋은가? 아리마대 요셉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주님을 위해서, 교회를 위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쓰임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리마대 요셉이 있었기에 예수님의 장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무연고자의 장례가 아니었다. 아리마대 요셉이 아니었다면 예수님 부활사건의 현장은 어떠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오니, 복잡하다. 자연스럽게 아리마대 요셉은 예수님의 부활사건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부활절은 아리마대 요셉을 새롭게 조명해 보는 계기가 되어 좋다. 그의 용기와 담대함을 본받고 싶다. 아마도 예수부활 신앙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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