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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끄럽게 한 사람들
고병국 2019-12-22 추천 0 댓글 0 조회 197

 내가 속해 있는 교단신문 오피니언을 읽다가 마음이 짠한 기사를 보았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일본 어느 교회 헌신예배를 참석했는데, 남성3명의 특별찬송이 있었다. 그들의 외모는 덩치가 크고 팔과 목에 용문신을 한 누가 보아도 조폭 같은 사람들이었다. 특별찬송을 마치고 한 사람이 간증을 한다. 자신들의 공통점은 아내가 한국인들이고 아내의 전도로 예수를 믿게 되었고, 예수를 믿기 전까지는 야쿠자에 속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아내가 한국인이라 한국인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고 하면서 세 사람 다 왼손을 들어 보여주었다. 그런데 새끼손가락이 잘렸다. 놀라고 있었는데 설명을 해준다. 전도를 받고 예수를 믿게 된 후 야쿠자 두목에게 찾아가서 우리는 예수님을 믿습니다. 조직에서 떠나가겠습니다. 두목님도 예수 믿으세요.’ 하자. 처음에는 두목이 농담으로 알았다가 진심인줄 알고 불호령이 떨어졌고, 세 사람을 불러 책상위에 손을 올려놓으라고 하더니 새끼손가락을 칼로 자르더라는 것이다. 조직을 떠나면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것은 규율이라는 것이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저들은 야쿠자로 있다가 예수를 믿고 새사람이 되기 위해서 새끼손가락을 자르기까지 하는 결단과 용기가 있었는데, 예수의 도를 안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때로는 결단하나 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는 연약한 모습의 자신을 보게 되니 얼굴이 화끈 거린다.

 

 나는 영성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현대적 영성보다는 기독교의 원천적인 영성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선교대학원에서도 영성의 대가 중 한사람을 연구하기도 했다. 목회를 하는 동안에도 그런 쪽에 관심은 늘 떠나지를 않았다. 최근에는 현대에 와서 새롭게 조명을 받는 이 시대의 선지자라고 하는 토저 목사에 대한 전기서를 읽으면서 정말 흠모하고픈 영성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영성가를 버금가는 훌륭한 영성가들이 있다.비록 그들의 삶은 이름도 없고 빛도 없고 부도, 명예도 없이 살다가 죽었지만 그들의 삶의 체취가 후대에 남긴 것들을 읽노라면 참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이세종,이현필,유영모,이승훈,강순명 등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 중 한 사람이 최흥종이다. 나는 그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마음이 짠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저들은 저렇게 하나님을 위해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를 부정하고 세상을 버리고 오로지 한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고 자기를 죽이는 삶을 살다가 하나님께로 갔는데, 오늘의 우리는 무엇인가? 너무 군더더기 같은 것을 더욱더 덧입고 살아가는 모습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최흥종목사는 원래 젊은 시절은 망치란 이름으로 장터와 뒷골목을 주름잡던 주먹 잡이였다. 그런 그는 마음을 잡고 광주 양림동에서 선교의사의 조수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교의사 포사이트가 목포에서 광주로 오게 되었다. 그때 선교의사 포사이트를 마중 나가 환자를 태우고 가던 중 환자의 손에 들려있던 지팡이를 놓쳤다. 그러자 지팡이를 집어주라고 하자, 최흥종은 피고름이 묻은 지팡이를 잡을 엄두를 못 내고 괴로워했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지팡이를 집어 들어 나환자에게 건네주자 다 문드러진 환자의 얼굴에서 작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 순간 최흥종은 가슴에 뭔가 뜨거운 것을 느꼈다. 작은 예수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땅 천 평에 한국 최초의 나환자 수용시설인 광주나병원을 설립해 나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는 3.1운동의 주동자로 14개월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광주지역 초기 교회를 이끌어 광주를 기독교메카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나환자들의 삶이 어느 정도 정착하자 1935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친구에게 부탁해 거세를 해버린 뒤, 스스로 명예욕,물질욕,성욕,식욕,종교적 독선으로부터 해방한다는 뜻으로 오방(五放)이라는 호를 지었다. 그리고 오방 정을 무등산 속에 지어 홀로 살았다. 해방 뒤 김구선생이 오방 정에 일주일을 머물며 함께 나라를 이끌어가자고 호소했으나 끝내 거부했다. 그러자 김구는 화광동진(和光同塵)(성자의 본색을 감추고 중생과 함께함)이라며 그를 칭송하는 휘호를 남기고 떠났다. 그가 죽었을 때, 수백 명의 나환자들이 그의 관 뒤를 따르며아버지 저희들은 이제 어찌합니까라고 뒹굴며 울었다. 소설가 문순태는 오방을 우리시대의 마지막 성자라고 불렀다.

 

 오늘의 우리는 말만 무성하다.“저희는 말만 하고 행치 아니하며”(23:3)주님이 가장 책망한 사람들은 바리새인들이다. 그들의 특징이 말만 하고 이다. 영성은 말만 하고 가 아니다. 말 보다는 말씀을 듣고 깨달았으면 깨달은 대로 사는 것이다. 다시금 최흥종목사가 그립고 야쿠자출신 성도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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