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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을 섬기는 자
고병국 2024-03-03 추천 0 댓글 0 조회 19

<두 주인을 섬기는 자>

 

 우리나라 옛 선비들은 관료사회의 청렴도를 사불삼거(四不三拒)란 불문율로 측정하였다. 四不에서 一不은 부업(副業)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료는 아무리 작은 부업이라도, 갖게 되면 부패해진다고 믿었다. 조선 선조 때 호조(戶曹)에 이강원 이란 6품직 관리가 어느 날 귀가해 보니, 아내와 동생이 울긋불긋한 청국 비단을 방안에 쌓아놓고 살펴보고 있었다. 이게 웬 비단이냐고 물으니, 그의 아내가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그동안 동생과 함께 비단장사를 해왔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이튿날 호조에 사직서를 냈다. 二不은 관료재임 중 재산을 늘리지 않는 것이고, 三不은 재임 중에는 집을 늘리지 않는 것, 四不은 재임 중, 그 고을의 특산물을 먹지 않는 것이다. 기건 이란 사람이 제주 목사로, 부임해와 떠날 때까지 전복을 한 점도 입에 대지 않았던 것이나, 합천 군수들이 재임 중 은어를 먹지 않았던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삼거(三拒)는 주로 청탁과 관련된 것들이다. 一拒는 지체 높은 세도가들의 부당한 청탁을 단호히 거절하는 것, 二拒는 친지의 합당한 청을 들어준 다음에, 절대로 답례를 받지 않는 것, 三拒는 재임 중 이유 없이 재물을 받지 않는 것이다. 중종 때 영의정이었던 성희안이 어느 날, 청송부사 정붕 에게 편지를 써서, 청송특산물인 꿀과 잣을 조금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이 편지를 받은, 정붕은 성희안에게 이렇게 썼다. 잣나무는 산 위에 있고, 꿀은 꿀통에 있다." 말하자면 높으신 분이 손을 벌려도, 이에 단호하게 거절하는 꼿꼿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사회는 강직함과 올곧음이 없다. 청렴성을 지켜야 할 사람이 청렴성을 잃고 있다. 무엇보다 순수함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 순수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렇게 되니 점점 혼란과 어지러움이 나오는 것이 아니가? 최근에 우리는 정치현실을 본다. 새로운 정당이 출현하니, 앞으로 희망이 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서서히 줄을 선다. 연을 닿을 려고 제스처를 한다. 줄타기를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 솥에 밥을 먹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서로 으르렁대며 앙숙이 되는 사람들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어찌 정치판에만 있는 것이랴! 신성시해야 될 교회 안에도 거룩해야 할 세계 안에서도, 버젓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인간사회에 마지막 희망과 보루는 다름 아닌 종교라고 한다.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하고 전당이라는 대학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지식이 돈 앞에 맥을 못 춘다. 진실이 돈 앞에 역시 맥을 못 추고 있다. 거룩과 신성함이 점점 세속에 떠밀려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가는 세월 막을 수 없듯 세상의 흐름을 어찌 거슬리랴.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세월이 빠르고 세상이 급변해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고, 변해도 될 것이 있지 않는가? 적어도 우리가 옛 선비 같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예는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그리스도인 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하는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아니 무너진지 이미 오래이다. 왜 그렇게도 쉽게 양보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도 입으로는 주여 를 잘 하지 않던가? 탁월하지는 못해도, 우리는 가장 기본 되는 것만큼은 지키자. 고수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상식 선에서 지켜야 하는 것 들 이다.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상식을 지키지 못하고, 예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서야 예수님을 믿는 자로서 도리를 다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도리를 다 한다. 말을 쉽지만 사실은 어려운 것이다. 이제부터는 도리를 아는 자. 도리를 다하는 자로 남아보자. 우리는 누구인가? 주인을 주님으로 삼고 사는 자이다. 그렇다면 그 주인을 상황이 변해도 따르고 좇아야 하지 않겠는가? 주는 나의 주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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